지난 주일에는 특별전형을 위해 오이즈미 고등학교에 가서 면담과 집단토론, 논술고사를 봤다. 만약 그것에 합격을 하게 된다면 입시를 패스하게 되겠지만, 아니면 2월 22일에 시험을 치루게 된다. 시험과목은 5과목,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이다.
입시를 위해 요즘 모의고사를 계속 보는데, 생각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고생이다. 시험날의 컨디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힘들더라도 50분 시험 후에 10분 쉬고 다시 50분 시험을 보는 방식의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나중에 채점을 해서 복습할 때에는, 영어는 아빠가 도와주고, 수학과 국어는 형이 도와준다.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에 대하여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살피는 과정은 역시나 힘이 들었다.
공부가 쉽지 않다. 어쩌면 아이의 인생에서 처음 대하는 역경의 고개일 것이다. 처음에는 만만하게만 생각하더니 요즘에는 차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가 실력만이 아니라 마음이 자라는구나 생각하며 사랑으로 지켜보고 있다.
주일에 나서는 아이에게 편지를 주었다. 시험 치루기 전에 읽어보라고. 그 편지를 하루 전 새벽에, 밝아오는 미명을 보며 썼다.
나중에 나이를 먹었을 때에도, 아들이 아빠에 대한 추억으로 간직해주면 좋겠다. 나에게도 기념이 될 것 같아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둔다.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한다...
찬혁아,
드디어 입시가 시작이구나.
오늘 잘 풀려서 네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늘 "쉬운 길로 가지 마라" 가르쳤던 아빠이지만,
막상 네가 시험을 보게 되니 되도록 쉬운 길이 열리기를 바라게 되어서 조금은 부끄럽다.
하지만 그것도 또한 사랑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아빠보다 훨씬 지혜가 많으신 하나님께서 너를 가장 적당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을 안다.
담대하고 또 차분하게 시험에 임하거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님께 침착함과 지혜를 달라고 함께 기도하자.
무엇보다 우리집 막내 찬혁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고 또 대견하다.
너무 빨리 커버린 것 같아서 조금은 속상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힘든 시간들을 잘 견뎌 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아빠가 너를 품에 안고 사랑할 시간이 점점 줄어간다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하다.
우리 이제부터는 더 시간을 아껴서 좋은 시간을 많이 갖자.
아빠가 그랬었지, 기억나니?
정말 가난한 것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없는 거라고.
너로 인해서 참 많은 추억들을 이미 만들어주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 드린다. 너에게도 고맙고.
그러니까 이번에도 힘내서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렴.
네가 시험을 치루는 날이 주일이라서 오히려 아빠가 많이 기도하지 못할 것 같구나. 그러나 시간이 되는 대로 엄마와 형과 함께 너를 위해서 기도할께.
실패하는 것보다 나쁜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이고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난 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네 앞에 주어진 기회 속에서 최선을 다하거라.
아빠는 그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네가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너를 키우며 항상 자랑스러웠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오히려 내 아들이 너무 자신감이 가득 차서 교만하거나 게으르게 될까봐 걱정이었다.
너도 이 다음에 아빠가 되고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빠라는 것은, 너무 많이 먹어도 걱정, 적게 먹어도 걱정, 잘해도 걱정, 못해도 걱정... 아들이 다 커도 바람에 날아갈까 곁눈질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네가 더 멋지게 자라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 되라고 잔소리를 하고, 이렇게 새벽이 오도록 작은 글씨로 정성들여 편지를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