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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10 사람은 빛과 흙으로 지어졌다

2011-12-25 목양칼럼

 

아기는 경이로운 존재이다. 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감정이 순해진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하지만 이제는 잊고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일까? 감정과 생각이 아주 단순해서 평화롭던 시절, 울음소리조차 편안하던 때가 누구에게나 있었다.

아기의 손은 투명하다. 햇살이 투과하는 손가락은 현실의 것이 아닌 것만 같다. 심지어 아기의 체모조차 투명해서, 한국에서는 그것을 ‘솜털’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햇살은 아기 위에 내려앉고 미끄러진다. 빛이 흐르는 아기의 몸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은 누구나 흙과 함께 빛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현실의 나는 어떠한가? 우선, 감정이 너무 복잡하다. 내가 행복한 것인지, 불행한 것인지 나도 모를 때가 많다. 웃으면서도 분노하고, 울면서도 계산한다. 과감하고 단호해지기를 추구하지만, 현실의 감정은 항상 지저분하다. 이러면서도 저러고, 저러면서도 이러한 감정들이 머리와 가슴을 흔들고 나면, 나조차 나를 모르겠고 사랑하기 버겁다. 그러니… 하물며 누구에게 사랑을 바랄까!

눈빛도 탁해졌다. 간혹 실핏줄도 터져있다. 빛은 흐르지 못하고 몸에 고인다. 그늘이 축축하게 깃들어 몸이 춥다. 흙과 빛으로 지어졌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흙만 남은 것 같다. 싫지만 날마다 거울 앞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다.

오늘은 성탄절이다. 하나님이 아기로 태어난 날이다. 예수님의 생일이다.

하나님은 왜 아기가 되었을까? 이 시즌에는 백화점마다, 성당마다, 교회마다 작은 마구간의 모형을 만든다. 거기 엄마와 아빠와 아기가 있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참한 환경이지만 가장 환하고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함께’ 있다.

난 이 장면을 모형과 그림으로 볼 때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을 추억한다. 나도 저렇게 행복했지. 나도 저렇게 욕심이 없었지. 나도 저렇게 하나님께 가까운 시절이 있었지. 나도 빛이 깃들어 춥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지. 간절히 회상한다.

하나님이 사람을 잘못 만드신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가끔이지만 어린 아이의 표정과 느낌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나는 그것이 아담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웃고, 떠들고, 손짓하고, 머리가 바람에 날릴 때에, 빛이 사람 안으로 깃들고 다시 안에서 밖으로 우러난다. 그 모습은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었어도 영락없는 아기이다. 하나님이 처음 만드셨던 아담의 모습이고, 바로 이 천 년 전의 오늘에 우리 곁에 오셨던 예수님의 모습이다.

복잡하지 말아라. 감정도 생각도 단순함을 추구하라. 솔직하라. 순(順)하게 살아라. 말구유에 살아도 따뜻해라. 함께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라. 몹쓸 생각으로 몸을 그늘지게 하지 말아라. 아기처럼 투명하라. 거침없이 손짓하고 말하라. 자기다워라.

하나님께서 아기가 되셨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 주시려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 주시려고 아기가 되셨다. 구유에 누운 아기의 해맑은 눈빛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보고, 느껴야 한다. 사람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기억해야 한다.

“샬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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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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