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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0 목양칼럼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제가 사는 히까리가오까에는 은행나무가 많습니다.

이제 제법 노랗게 물든 나무가 나란히 줄을 서서 무수히 많은 잎사귀를 떨구는 모습은 매해 볼 때마다 감격을 자아냅니다. 그 감격은 예뻐서도 나오지만, 가여운 마음에서도 나옵니다. 모진 겨울을 목전에 두고서, 나무를 지키기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는 잎사귀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더러는 아직도 푸른데, 더러는 아직도 생생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라는 본체를 지키기 위하여 이 녀석들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절실하게 무언가를 지켜본 적이 있던가요? 우리들은 이렇게 아프게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면서도 조용히 숨죽여 본 적이 있던가요?



저 자신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늘 말이 많았고, 내가 떨어지지 않아야 하나님의 영광이 된다고 설득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래도 떨어지는 날에는 눈을 흘기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나는 거름이 아니라 열매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마땅히 이 세상에 주인공으로 살아야 한다고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그러나 인생에 주연은 무엇이고 조연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모두 착각으로 높은 탑을 쌓으며 위대한 인생을 살려 하지만, 정작 인생은 떨어지는 낙엽 앞에서 겸손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정작 부끄러운 것은 죽는 일이 아니라 사는 일입니다. 자기 답게 살지 못하고,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며, 자기의 사명을 다하지 못할 때에 삶은 구차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죽지 않게 해달라고 구할 것이 아니라, 죽어야 할 때를 알고 바르게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맘때면, 아이들은 낙옆 위에 뒹굴고 낙엽을 모아 파아란 하늘에 던지며 자지러지는 웃음을 뿜어냅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낙엽이 하나도 슬프지 않습니다. 낙엽은 죽은 것이 아니라 돌아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본래의 자리로, 아이들의 추억 속으로, 나의 사색 곁으로.



희생이라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제 역할을 다하고 본래의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웃음이 남게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을 위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허니, 무명하다고 고개를 떨구지 마십시다. 나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하나님의 자녀라는 우리들이 그래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하나님 앞에 서면, 정녕 누가 헛된 삶을 살았는지 분명히 알게 되겠지요. 그 때까진 그저 내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할 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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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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