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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칼랭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로맹 가리(Romain Gary) / 이주희역
출판 : 문학동네 20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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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가리의 책은 처음인것 같다. 세상은 넓고 책은 많은가?

책의 제목은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이며, 동시에 주인공의 애완동물인 비단뱀이다. 이미터 이십센티짜리 이 뱀을 주인공은 아프리카여행에서 데려왔다. 이 뱀은 주인공이 맺어지기를 원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고리이며, 동시에 파리에서 살아가는 모든 외로운 이들을 만족할 만큼 끌어안아 줄 수 있는 상징적 존재이다. 주인공의 심리는 병적일 정도로 고독하며, 그의 관점은 산만하면서도 독특하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작가는 그 산만함을 비단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뱀이 그리는 흔적처럼 뱀의 이야기는 지그재그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쿠쟁은 소심하며, 비겁하고, 그러면서도 열렬하다. 그가 존중하는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여 사용하는 '창녀'라는 단어가 마침내 그의 '사랑'과 일치되는 것은 이 산만한 이야기가 그려내는 가장 그로칼랭다운 해피엔딩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작가는 지독했다. 책장과 책장, 심지어 말의 장난들 속에서도 외로움은 풍겨났다. 책을 빨리 읽어내고 덮고 싶을 만큼...
가뜩이나 외로움을 느끼던 때에 왜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는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어느새 그 지독한 외로움이 위안이 되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었을까... 쿠쟁의 외로움을 읽으며 그래도 나는 이 동경의 대도시 속에서 덜 외로운 쪽에 서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 경험이었다...
책을 덮고 저자에 대하여 살피니, 로맹가리는 파리에서 권총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멈칫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생각했다. 이 단절된 세상의 외로움이 주는 고통에 의한 타살... 비단뱀이라도 목에 칭칭 감고 잠들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허전함의 통증...
책 속에서 주인공 쿠쟁은 사람들로부터 '그로칼랭'이라고 불리다가 결국에는 스스로 그로칼랭(비단뱀)과 자신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김춘수의 시처럼,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우리는 결국 그것의 존재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만 살아간다면 결국 진짜 내가 누군인지에 대한 의문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내가 나에 대하여 가지는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산 비단뱀에게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을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로칼랭'은 비단뱀의 이름이며 동시에 쿠쟁의 이름이다.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이름 말이다. 대도시 파리, 천만 명의 사람들 속에서 외로움에 떨었던 쿠쟁은 결국 '열렬한 포옹'을 갈망했고, 아무리 소심하고 나약해도 결코 살아가는 동안 그것을 한 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쿠쟁은 결국 작가 로맹가리의 그림자이다... 

이 책이 나처럼 당신에게도 외로움의 탈출구, 혹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로맹가리의 마지막처럼 권총이라도 자기 머리에 들이대고 싶은 충동을 가져올지도 역시 모르겠다. 이 책은 외로움처럼 허전하다. 그러나 가끔은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불량식품을 먹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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