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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로 가지 마라!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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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0 나는 목사다!




교회의 일로 어느 일본인 원로 목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인하여 양해를 구해야 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마음이 어렵고 힘들었다. 통역을 위해 같이 동행했던 최 집사님은 그 목사님과 제법 많은 세월을 만나오고 있었다. 그런 사이일수록 더욱 양해를 구하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일에 통역을 부탁드려야 하는 것에도 마음이 무거웠다.

교회와 나에 대하여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어떤 교단에 소속되어 있었고, 또한 어디로부터 선교적 후원을 받고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자립하는 교회를 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체의 후원 없이 이곳 성도들의 헌신으로 교회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후원을 받지 않고 조그만 교회가 존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 목사님은 말했다. 또한 내가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나는 목회 이외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목사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하루종일 교회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난감한 질문에 나 대신에 최집사님이 대답을 했다. 목사님은 하루 종일 책도 보고, 기도도 하고, 교회를 돌보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역시 그 목사님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뭔가 답답한 대답이었다.

서로 시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대화를 접어야 했다. 그리고 돌아와 생각하는 동안, 많은 상념들이 머리를 흔들었다. 뭔가 서럽고, 슬펐다.

나는 목양일념(牧羊一念)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실은 우리교회 홈페이지에서 나의 아이디가 바로 그것이다. 그 말은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금언들 중의 하나이다. 

목사란 모름지기 목양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정신! 그래서 목사의 노동은 기도이고, 설교 준비이고, 심방이고, 묵상이다. 젊은 시절부터 쉽게 간단한 방법을 스스로 멀리하고, 진액을 짜듯이 말씀을 준비하며, 기도와 독서에 매달렸던 것은 내가 '목회자'로 부름받았다는 정체감의 십자가 때문이었다.

나는 자면서도 설교를 준비한다. 모든 대화와 모든 삶의 순간들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나의 설교에 담아 내려고 노력한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지만, 그렇게 걸어왔기에 나는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내 설교에 진한 애정이 있고, 자부심이 있다.

물론 이국땅에서 투잡을 가지며 선교를 위해 헌신하는 것도 소중한 일이다. 사도 바울이 교회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 텐트 메이커로 일하며 선교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모범이다. 

그러나 나는 목회에 전념하는 것이 결코 그에 비하여 가볍고 쉬운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 바쁜 세상이다. 신실한 신자들조차 주중에 한 두 번을 성전에 들리는 것이 쉽지 않다. 모두가 사회적 역할을 위해 골몰하는 이 시대에서, 과연 성전을 만민의 기도하는 집으로 지킬 청지기는 누구인가?    

목사가 교회를 시작하며 주판알부터 튕긴다면 그는 장사치가 더 어울리지 않겠는가? 어디에서 얼마의 지원을 받고, 모자란 부분은 내가 일해서 채우며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과연 그의 '헌신'에 대하여 주님께서 잘했다고 칭찬하실까?

나는 계획보다 기도를 먼저 한다. 기도는 내 현실의 도피처이며, 나의 노동이다. 나는 기도하는 자리에서 만큼은 염려하지 않으며, 그저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쉼을 누린다. 내 마음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들로 가득 차고, 나는 현실 그 너머를 주시하며 눈물과 땀을 닦는다.

목사는 목사답게 죽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이요, 자신의 존엄이다. 양무리와 목회를 위해서는 텐트 메이커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타협하는 것이라면, 그의 노동은 결코 주님이 말씀하셨던 '헌신'은 아닐 것이다.

교회를 지키지 않는 목사들이 의외로 많다. 바쁘다는 것은 좋지만, 뭘 위해 바빠서 기도할 시간도 없고, 설교준비도 엉성한가? 인터넷으로 배달되는 무슨무슨 목회연구소의 설교 원고를 받아서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을 설교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목회를 포기하라.

목사가 해야할 노동은 기도와 말씀의 준비이다. 그것을 위해 살면, 일주일의 시간이 부족하고 다른 것에 눈 돌릴 틈이 없다. 과연 얼마나 준비하면 스스로 '이만하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며 강단에 오를 수 있을까? 

가늠하건데, 내 평생에는 없을 것만 같다. 하나님의 말씀은 곱씹어 묵상하면 할수록 깊고 치밀하다. 그 숨 막히는 생명력 앞에서 나는 늘 압도되고 만다. 부스러기 은혜만이라도... 내가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가난한 마음으로 강단에 오르고 또 오른다.

나는 목사다. 목사는 목양(牧羊)만을 생각한다. 자도, 일어나도, 앉아도, 서도 마음은 항상 교회에 있다. 나는 밥 먹고 기도한다. 내가 그렇게 살라고 하나님이, 성도들이 내게 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도와 말씀으로 노동한다. 거기에는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다.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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