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 강나루 군의 눈물
눈물,
얼마 전에는 서울시장 후보가 후보수락 연설을 하면서 눈물을 보인 것이 신문을 장식했다.
평생을 재벌로 살아왔고 이제는 여당의 중진의원이 되어 심지어 '대권' 이야기가 나왔던 분이 '국민은 아직도 미개하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자식의 말을 덮기 위해서 흘렸던 눈물... 그 눈물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천 만의 서울시민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기와 자기 가족을 위한 것일까? 멀고 지난한 권력의 길을 위한 것일까?
여기 다시 한 눈물을 보았다. 팽목항에서 유족들로부터 눈총의 돌팔매를 받아야 했던, 국영방송 KBS의 막내기자... 입사 3년차의 강나루 기자는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당당한 국영방송의 기자가 되기까지 나름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도 갖추고 꿈도 부풀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가 안정적 직업으로 기자를 선택했든, 아니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도구로 기자의 직업을 선택했든... 한 젊은이가 꿈꾸고 생각했던 자리는 결코 지금의 자리는 아니었나보다...
자기 공동체에 대한 모멸감, 자신의 역할에 대한 회의, 무력감... 거대한 구조에 깔린 한 날것(live) 청춘의 신음이 화면 저편에서 흐느끼고 있다.
나는 세월호의 유족들 만큼이나 저가 불쌍하다. 저 젊은이의 눈물이, 흐느낌이 세월호 속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들으며 죽어간 젊은이들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땅의 젊은이에게 과연 꿈의 가능성은 있는가? 사람을 살아있다 느끼게 만드는 가치와 비전의 실현이 과연 우리의 사회에서 가능하냐는 질문 앞에, 우리는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오늘, 차디찬 복도에 앉아 권력의 주구가 되어버린 KBS의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을, 아니면 어느 막술집에서 술로 쓰린 가슴을 달래며 세상의 역겨운 냄새를 한탄하고 있을 저 젊은이가 질식하기 전에, 또 하나의 우리 아들, 딸이 거짓과 부정의 파도에 휩쓸려 영영 떠내려가기 전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지켜줘야 할 눈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영상원본링크 : http://www.newstapa.org/news/?p=11010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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