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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인생/책이야기 / 2017. 1. 11. 09:39





一杯のかけそば / 구리 료헤이(栗良平)의 단편소설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일본의 우동집들은 일년중 가장 바쁩니다.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 <북해정>도 이 날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이 날은 일 년중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밤이 깊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그러더니 10시가 지나자 손님도 뜸해졌습니다.

무뚝뚝한 성격의 우동집 주인 아저씨는 입을 꾹 다문채
주방의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는 달리 상냥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인여자는,
"이제 두 시간도 안되어 새해가 시작되겠구나, 정말 바쁜 한 해였어."하고 
혼잣말을 하며 밖에 세워둔 간판을 거두기 위해 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출입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섰습니다.

여섯 살과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사내애들은 새로 산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는 낡고 오래 된 체크 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주인 여자는 늘 그런 것처럼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자는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 머뭇 말했습니다.

"저…우동…1인분만 시켜도 괜찮을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다 늦은 저녁에 우동 한 그릇 때문에
주인 내외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조심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얼굴을 찡그리기는커녕 환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네... 자~, 이 쪽으로..." 난로 바로 옆의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주방 안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갑작스런 주문을 받은 주인 아저씨는 그릇을 정리하다 말고
놀라서 잠깐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다가 곧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우동 1인분!" 그는 아내 모르게 1인분에 우동 반 덩어리를 더 넣어서 삶았습니다.
그는 세 사람의 행색을 보고 우동을 한 그릇밖에 시킬 수 없는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 여기 우동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가득 담긴 우동을 식탁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며 오순도순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계산대 있는 곳까지 들려왔습니다.

"국물이 따뜻하고 맛있네요."
형이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습니다. "엄마도 잡수세요."
 
동생은 젓가락으로 국수를 한 가닥 집어서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비록 한 그릇의 우동이지만 세 식구는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윽고 다 먹고 난 뒤 150엔(한화 약 1,500원)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 사사람에게 주인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후, 새해를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또 다시 12월 31일 섣달 그믐날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10시가 지나 가게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사내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주인 여자는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 무늬의 반코트를 본 순간,
일년 전 섣달 그믐날 문 닫기 직전에 와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갔던그 손님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자는 그 날처럼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말했습니다.

"저…우동…1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주인 여자는 작년과 같이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역시 세 사람을 알아 본 주인 아저씨는 "네엣! 우동 1인분!"
그러고 나서 막 꺼버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물을 끓이고 있는데 주인 여자가 주방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저 여보, 그냥 공짜로 3인분의 우동을 만들어 줍시다." 그 말에 남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돼요. 그렇게 하면 도리어 부담스러워서 다신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요."
그러면서 남편은 지난해처럼 둥근 우동 하나 반을 더 넣어 삶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매일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정도 없으려니 했는데 이렇게 좋은 면이 있었구려."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입을 다문 채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아 세 사람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싸고 도란도란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주방 안의 두 부부에게 들려왔습니다.
"아…맛있어요…"
 
동생이 우동 가락을 우물거리고 씹으며 말했습니다. "올해에도 이 가게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동생의 먹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던 형이 말했습니다."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주인 내외는 순식간에 비워진 우동 그릇과 대견스러운 두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번에도, 우동값을 내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주인 내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말은, 그날 내내 되풀이한 인사였지만 주인 내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크고 따뜻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북해정>의 주인 내외는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밤 9시 반이 지날 무렵부터 안절부절 못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가 지나자 벽에 붙어 있던 메뉴를 차례차례 뒤집었습니다.

금년 여름부터 값을 올려 <우동 200엔>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가 
150엔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번 식탁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졌습니다.

이윽고 10시 반이 되자,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와 두 아들, 그 세사람이 들어왔습니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습니다.

두 형제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아이들의 엄마는 여전히 색이 바랜 체크 무늬 반코트 차림이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우동…2인분인데도…괜찮겠죠?" "넷!…어서 어서 자, 이쪽으로……"

세 사람을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주인 여자는
거기에 놓여있던 <예약석>이란 팻말을 슬그머니 감추고
주방을 향해서 소리쳤습니다. "여기 우동 2인분이요!"

그 말을 받아 주방 안에서 이미 국물을 끓이며 기다리고 있던
주인 아저씨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네! 우동 2인분, 금방 나갑니다!".

그는 끓는 국물에 이번에는 우동 세 덩어리를 던져 넣었습니다.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세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어느 해보다도 활기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들에게 방해될까봐 조용히 주방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인 내외는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세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습니다.
"시로도야, 그리고 쥰아~ 오늘은 너희 들에게 엄마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고맙다니요?…무슨 말씀이세요?"

"너희들도 알다시피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킨 사고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잖니?.
일부는 보험금으로 보상해 줄 수 있었지만 보상비가 모자라 그만큼 빚을 얻어 지불하고
매월 그 빚을 나누어 갚아왔단다."

"네…알고 있어요."
"그 빚은 내년 3월이 되어야 다 갚을 수 있는데, 실은 오늘 전부 갚았단다"
"네? 정말이에요 엄마?" 두 형제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래, 그 동안 형 시로도는 아침 저녁으로 신문 배달을 열심히 해 주었고,
동생 쥰이는 장보기와 저녁 준비를 매일 해 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단다. 그것으로 나머지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던 거야."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녁 식사 준비는 제가 계속할 거예요."
"저도 신문 배달을 계속할래요! 쥰아, 우리 힘을 내자!" 형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어머니는 아이들의 손을 움켜쥐며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걸 보며 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지금 비로소 얘긴데요,
쥰이하고 제가 엄마한테 숨긴 게 있어요.
그 것은요… 지난 11월에, 학교에서 쥰이 수업을 참관하러 오라는 편지가 왔었어요.

그리고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로 뽑혀 전국 작문대회에 나가게 되어서
수업 참관일에 그 작문을 쥰이 읽기로 했다고요,"

"그래…그랬었구나…그래서?…" "선생님께서 작문 시간에,
'나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쓰게 했는데 쥰은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냈대요.

지금 그 작문을 읽어 드리려고 해요. 사실 전 처음에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만 듣고는,
여기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쥰 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쥰이의 작문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자, 지금부터 읽어드릴게요."

시로도는 교복 주머니에 접어서 넣어 두었던 종이 두 장을 꺼내어 펼쳤습니다.
쥰의 작문을 읽어 내려가는 시로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낭랑하게 우동 가게에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 아빠는 운전사고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데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위해 보험금으로도 부족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고,
형은 날마다 조간과 석간 신문을 배달해서 돈을 벌었다.

아직 어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엄마와 형은 나에게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나는 저녁이면 시장을 봐서 밥을 해놓는 일을 했다.
내가 해 놓은 밥을 엄마와 형이 맛있게 먹는 걸 볼 때 나는 행복하다.

나도 우리 식구를 위해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절약하는 생활을 했다.

엄마의 겨울 코트는 낡고 해어졌지만 해마다 꿰매어 입으셔야 했다.

그러던 중에 재작년 12월 31일 밤에 우연히 한 우동 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우동 국물의 냄새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의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는 우리에게 우동을 사 주시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이 반갑고 고마웠지만 우리 형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선뜻 가게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형과 나는 망설이다가 딱 한 그릇만 시켜서 셋이서 같이 먹자고 엄마한테 말했다.
한 그릇이라도 우리에게 우동을 먹이고 싶었던 엄마와,
우동 국물 냄새에 마음이 끌린 우리 형제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 닫을 시간에 들어와 우동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는 우리가 귀찮을 텐 데도
주인 내외분은 친절하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주인 내외는 양도 많고 따뜻한 우동을 우리에게 내놓았다.
그러고나서는 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큰소리로 말해주는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그 후 작년 섣달 그믐날에도 그 우동 가게를 찾아갔다.

여전히 우리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서 우동은 한 그릇밖에 시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날도 마찬가지로 주인 내외분은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대접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인사도 여전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힘들어 보이는 손님에게
"힘내세요! 행복하세요!" 하는 말 대신 그 마음을 진심으로 담고 있는
"고맙습니다!" 하고 말해줄 수 있는 일본 최고의 우동 가게 주인이 되겠다고..."

주방안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주인내외의 모습이 어느새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이 동생의 작문을 읽어 내려가는 사이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한 장의 수건을 서로 잡아당기며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연신 닦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해마다 12월 31일 섣달 그믐날밤이면 이들 모자가 우동을 먹으려고 올 것이라는 기다림 속에
<북해정>은 입소문까지 널리 퍼져 많은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해 12월 31일 밤 10시 30분이 지났을 무렵에 입구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습니다.
코트를 손에 든 양복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의 청년이 들어왔습니다.

"공교롭게 만원이라 빈자리가 없어서~"라며 여주인이 거절하려고 했을 때...

기모노 차림의 부인이 머리를 숙이며 들어와 두 청년 사이에 섰습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습니다.
십 수년간 기다림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 
그 옛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1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 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금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내년 4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토의 은행에 다니고 있는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삶 가운데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 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뜨거운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여주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습니다.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손님 중에 한 사람이 우동을 입에 머금은 채 
그대로 꿀꺽하고 삼키며 일어나 큰 소리로, "여봐요 여주인 아줌마! 뭐하고 있어요?
10여 년 넘게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밤의 2번 <예약석>이잖아요, 빨리 안내해요~, 안내를!"

손님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

늘 무뚝뚝한 얼굴로 주방에서 눈물을 적시던 주인은,
"네엣! 우동 3인분!"하며 더욱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10여 년을 기다렸던 손님을, 예기치 않게 맞았기에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거센 눈발도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에 비친 <북해정> 이라고 쓰인 옥호막(屋呼幕)이
한 발 앞서 불어제치는 정월의 칼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1988년 구리 료헤이(栗良平/1954년 북해도 생)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은
당시 일본열도를 눈물로 강타하며 국회회의장에서까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해마다 섣달그믐날이 가까워지면, 북해도의 찬바람 같이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마치, 한 그릇 우동국물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김처럼, 나눔과 배려와 사랑, 용기와 감동을 안겨주기에~, 눈시울 적셔가며 뜨겁게 읽었다고 한다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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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전 : 돈을 의인화하여 그 폐해를 비판한 가전체 소설 
광문자전 : 양반 사회의 풍자를 통해 인간 평등 사상을 표현한 작품
구운몽 : 조선 시대 양반 사회의 이상을 반영한 본격적인 고전 소설
국선생전 : 사물을 역사 인물처럼 의인화한 가전체 문학의 대표작 
국순전 : 현전하는 가전체 문학의 효시
금강삼매경론 : 대승 불교 철학의 대표작이자 한국 불교의 고전
기학 : 기철학자 최한기의 사상과 철학을 집대성한 책
김동인 단편선 : 한국 근대 단편 소설 선구자 김동인의 단편 모음집
김소월 시전집 :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을 노래한 민족 시인 김소월의 시 모음
김영철전 : 전란을 배경으로 하는 사실주의 수법의 대표 소설
김유정 단편선 : 특유의 해학과 향토색 짙은 언어로 농민의 삶을 표현한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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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침문 : 바늘을 의인화하여 쓴 제문 형식의 수필
죽부인전 : 대나무의 덕과 굳은 절개를 상찬한 글 
징비록 : 임진왜란 야사(野史)
채봉감별곡 : 권세에 굴하지 않는 순결하고 진실된 사랑 이야기
청구야담 : 민담과 야담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한 조선 후기 한문 야담집
최고운전 : 최치원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영웅 소설
춘향전 : 신분을 초월한 춘향과 몽룡의 지고지순한 사랑
취유부벽정기 :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금오신화》중에 한 편
콩쥐팥쥐전 : 신데렐라와 견주는 권선징악의 대표작
탁류 : 1930년대 사회상을 풍자와 냉소로 엮은 작가의 대표작
탈출기 : 식민지 민중의 비참한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최서해의 대표작
태평천하 : 풍자 문학의 최고봉 채만식의 장편 소설
택리지 : 온 나라를 걸어다니며 기록한 이중환의 인문 지리서
토끼전 : 익살스런 자라와 토끼를 통해 들여다본 인간과 그들이 사는 세상
퇴계문선 : 학자 퇴계 이황의 사상이 담긴 글
파한집 : 한국 문학 비평의 출발
한중록 : 사도 세자의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궁중 문학
허생전 : 허생의 상행위를 통해 허약한 국가 경제를 비판?풍자한 작품
현진건 단편선 : 사실주의를 개척한 근대 단편 소설의 선구자 현진건의 단편 모음집
혈의 누 :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이자 근대 문학의 효시
호질 : 양반 계급의 허위와 이중성을 통렬하게 풍자한 작품
홍경래전 : 홍경래의 반란을 소설화한 역사 소설
홍길동전 : 문장의 대가 허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화담집 : ‘기(氣)' 철학의 완성자인 조선의 학자 화담 서경덕의 시문집 
화왕계 : 통치자의 바른 마음가짐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설화 
흥부전 : 형제 간의 우애를 해학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







6월, 이달의 무료책은 아래의 책입니다.

http://www.yes24.com/24/goods/8257326




출판사 리뷰

아픔을 딛고 일어설 때, 아이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된다.
“인생이란, 가장 슬픈 날 가장 행복하게 웃는 용기를 배우는 것.”

『리버보이』는 해리포터와 함께 영국 카네기 메달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미스터리한 설정과 서정적인 묘사, 깊은 주제의식으로 해리포터를 제치고 메달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삶 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소녀의 추억은, 앞으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통과해야 할 청소년들에게 밑바닥까지 슬퍼하고 또다시 웃는 법을 알려준다. “수많은 돌부리를 만나도 결코 멈추는 법 없는 강물처럼” 인생은 그렇게 사랑과 추억을 바탕으로 아름답게 흘러가는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을 거머쥔 팀 보울러의 명작! 
「제 61회 카네기 메달 심사위원단의 얼굴은 밝았다. 일말의 고민도 없어 보였다.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해리포터』를 포함한 7개의 쟁쟁한 후보작들 중 단 한 권에 쏠려 있었다. 결국 그 책은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거머쥐게 됐고 곧이어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21개국의 나라에서 판권요청이 쇄도했다. 그리고 2007년 10월, 드디어 그 소설이 한국을 찾아온다.」

이것은 전혀 과장된 시나리오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유명하지만 실제 영국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오히려 사람들은 청소년기의 심리와 그 시절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팀 보울러의 작품에 끊임없이 열광한다. 판타지도 좋지만, 교복을 입고 줄지어 걸어가면서 자신만의 꿈을 얘기하던 시간들, 그 이전에도 그 후에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하고 끈끈한 친밀감, 별 것 아닌 일에 킬킬대며 웃고 꺽꺽대며 울었던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 흔들리던 감성과 섬세한 욕망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게 바로 팀 보울러의 소설이다. 
특히 그는 매 작품마다 격렬한 통과의례를 경험하는 십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아이가 고통과 방황의 끝에서 유년의 껍질을 벗고 한 발짝 더 성장하는 이야기는, 건조해진 가슴을 울리고 묻어두었던 감수성을 일깨우고 인생의 소중한 지혜를 곱씹게 한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 폭력과 학대, 차가운 고립감’ 등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주저앉지만 결국에는 다시 일어나 삶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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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 추천하는 추리소설 27선  :: 몇 권이나 읽었을까나...

기사원문 : http://goo.gl/CZBU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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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입하지 못했다.

한국에 들어가 서점에 가면 언제나 무게와의 싸움을 내적으로 치열하게 해야 한다. 언제나 짐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입할 책을 고르는 것은 장고(長考)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된다.

마침 시간이 좀 있었기 때문에, 서점에 잠시 앉아 속독을 했다. 덕분에 이 책은 고이 서점에 놔두고 올 수 있었다.


오르한 파묵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노벨 문학상에서 젊은 수상자가 나오는 것이 드문데, 그가 바로 그 예외의 젊은 수상자이다. 하지만 젊다고 하는 것이 새파란 것은 아니고, 그가 1952년생인데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까 54세의 나이를 젊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터키의 문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그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많은 찬사를 접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그의 책을 읽지 못했다. 한국에 있었다면 당연히 읽었겠지만, 그간의 여러 가지 여건상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읽은 것이다.

책은 부제에 나오는 대로, 하버드대학에서 오르한 파묵이 했던 강의를 정리하고 출판한 것이다.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그의 설명이 간결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읽을 수 있었고, 한 주제에 대한 한 학기 강의를 들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하면...

소설의 독자는 둘로 나누어진다. 소박한 독자와 성찰적인 독자.

소박한 독자는 소설의 인위적인 면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소설가가 인도하는 대로 잘 순응한다.

그러나 성찰적인 독자는 소설을 분석하며, 그 소설과 반응하는 자기 의식에도 관심을 가진다.

소설을 완전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현실과 구분하지 않으려는 독자와 소설을 완전한 허구로 받아들이고 현실에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독자는 모두 틀렸다.

소설이 창작의 산물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작가의 경험을 전혀 배제하는 상상이란 불가능 하며, 또한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기술하는 것은 '소설'이라는 정체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결국 그 소설가의 경험과 상상의 적절한 배합이다. 그 조리법에 의하여 우리는 다양한 소설을 가지게 되고, 또한 그 소설의 중심부에 뭔가를 두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또한 책을 쓰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여건이 된다면, 한 권 사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엄청 많아졌다. 그리고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근간에 읽어야 하겠다는 강한 의욕이 생겼다.



소설과 소설가

저자
오르한 파묵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9-1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세계적 작가 오르한 파묵과 함께 떠나는 소설 여행!노벨 문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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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출판사
나무의철학 | 2012-10-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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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의 약자.

무려 도보로 산맥을 타고 4천 킬로미터의 길을 걷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글은 길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여행의 기록이다.

저자는 스물 예닐곱의 무렵에 있었던 여행을 무려 15년이 지난 이후에 회상하며 글을 썼다.

하지만 글은 여전히 생생하며, 마치 지금 그 노정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지독한 고독의 여행이 얼마나 깊이 각인되어졌는지, 그리고 그 여행의 결과가 얼마나 뚜렷하게 한 인간을 성장시켰는지 다시 되짚을 수 있다.



책을 보면서 내내, 걷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다.

나도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낯선 길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새로운 내가 뭔가 대단한 희망을 세상에 던질 수 있지는 않을까? 


세릴 스트레이드의 '스트레이드'는 이혼 후에 스스로 정한 새로운 성(姓)이다. 미국에서는 부모의 성을 따르다가, 결혼과 함께 남편의 성을 가지게 되고, 다시 이혼을 하면 부모의 성으로 돌아가든가 자기가 스스로 자기의 성을 새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세릴은 이혼을 겪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트레이드' 라는 성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 의미는 길을 잃고 헤맨다는 뜻이며, 그것이 그녀가 느꼈던 인생의 느낌이다. 그러나 그 스트레이드는 불행과 절망이 아니라, 바로 누구나 인생에서 그럴 수 있다는 위로로, 그리고 새로운 도전으로 승화되었다.


일단 재미있다. 시간이 빨리 가는 책이다. 제법 두껍지만 생각만큼 길지는 않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하나 더 부연한다면, 청소년에게 권할 책은 아니다. 사실적인 자기 경험의 고백이다보니, 마약과 성적인 경험에 대한 내용들도 들어 있다. 그녀가 이 책을 저작할 당시에는 두 아이의 엄마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을텐데 이런 고백들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미국식이라 가능한 것일까?

혹여, 재미있고, 자극(삶에 대하여)을 주며, 시간을 펌프질할 책이 필요하다면 한 번 권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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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5대 제국

저자
조병호 지음
출판사
통독원 | 2011-03-07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세계역사와 성경역사를 통으로!『성경과 5대 제국: 앗수르, 바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작년 12월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 잠시 서점에 들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내용에 반해서 두 권을 주문했다. 좋은 책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내 수중에는 남지 않았다.

한 권은 김포의 김태윤 목사에게 보냈는데 이미 봤다고 하고, 한 권은 나가노의 최화식 목사에게 보냈는데 거기는 예전에 사려고 했다가 못 산 책이라고 한다.

통(通)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 조병호 박사의 저술은 성경을 역사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제국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성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 이집트를 필두로 하여 성경과 함께 했던 5개의 제국, 곧 시리아(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 로마의 다섯 제국을 성경과 묶어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다만 아쉽다고 느끼는 것은, 그야말로 통으로 다루다보니 대단히 개략적이다. 그러나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에 목적에 충실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무수한 관문의 입구이며, 복잡한 미로를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한 장의 지도이다. 

나 같은 설교자가 성경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설교하고자 할 때에 무엇에 대하여 더 조사를 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며, 동시에 성경을 신화적인 구술에서 매우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으로 끌어내어 이해하게 하는 놀라운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정리하며 메모했던 포스트 잇이 지금 내 책상 앞에 붙어 있다. 



다음에 한국에 들어갈 때에 한 권 더 살 생각이다. 옆에 두고서 가끔 펴서 보면, 성경을 재미 있게 설명하는 것에 매우 요긴하게 쓰여질 책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간략함이 곧 허술함이 되지 않도록, 여백을 꼼꼼하게 채워야 하는 것은 역시 나 같은 목사의 몫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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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박범신
출판 : 문학동네 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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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복잡하다. 그래서 지식인도 복잡하다.
이적요는 ‘고요함’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사용하는 일흔의 유명 시인이다.
서지우는 이적요의 제자이며, 실제로는 이적요의 글로 나이 마흔 무렵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은교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이적요의 집을 드나들게 되었던 동네 소녀(처녀)이다.

이 중에서 둘이 죽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서지우와 지병으로 죽은 이적요.
이들이 남긴 노트가 공개를 앞두고 변호사에게 읽혀진다. 그것이 이 책의 스토리이다.

책은 혼돈스럽다. 다수의 시가 삽입되고, 감정을 묘사하는 섬세한 표현들이 얽혀간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혼돈스러운 것은 심상(心狀)이다.

소설은 지식인의 감정 속에서 타부(Taboo)를 건드린다.
사랑, 시기, 살인,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지루한 변명들. 
문학의 껍질 속에서 마치 모든 현실이 몽환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오지만, 그러나 그 관능적인 언어들의 이면을 들추면 치열한 존재의 속살이 드러난다.

나도 글을 쓰지만, 글은 관념이다.
그 여실한 한계를 아무리 애써도 넘을 수 없다. 결국 글로 표현되는 세상이란 글을 읽는 자의 주관과 경험에 기댈 뿐이다. 이런 생각을 나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글은 공허하고 고독하다.

작가는 이 책을 왜 썼을까? 
문학과 문학계에 대한 비아냥, 아니면 점점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이면에서 어느 봄날 은교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살인의 충동을 가졌기 때문일까?
갑자기 서재에 앉아 글을 쓰는 작가와 작가의 글이 오버랩되곤 했다, 글을 읽는 중간중간에.

여름 하늘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롱(燈籠). 새벽에야 책을 덮었더니 입안이 텁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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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전자책 리더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활용도가 높고 매력이 있다.

디자인도 매력적이거니와 무수한 어풀들의 힘이 결코 가볍지 않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서 아이패드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해 보고자 한다.


오늘은 아이패드 덕분에 구매한 첫 어플에 대한 포스팅이다.

전자책인데, 옆의 그림과 같이 [우슬라의 꿈]이라는 간단한 소책자이다.

대략 80여 페이지 되는 분량이고 바다생물의 삽화와 여백을 생각하면 정말 간단한 책이다.

그러나 글이 참 좋았다.

깊이 빨려들게 하는 흡인력과 담담한 문체, 그리고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심도가 있는 '관계'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끌었고, 공명하게 했다. 근간에 보았던 책들 중에서 참 마음에 남는 책이다.


'우슬라'라는 이름의 뜻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설명된다.

이 소심하고 너무 평범한 20대의 아가씨와 함께 그녀의 집과 회사와 학원을 오고가다 보면, 사람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생각하게 된다. 바다를 갈망하는 그녀의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실상 모든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낯선 얼굴인지 모른다.

나부터가 마음이 허전하고 복잡할 때, 무작정 바다로 달려가 그 파도의 오고 물러섬을 한없이 바라보며 마음을 어루만진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바다는 상처 받은 인간에게 말을 거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런 바다와의 이야기가 때로는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책을 볼 사람을 위해 최대한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한다. 그러나 마지막은 지극히 행복스럽다. 진심이 드러나고 옅은 미소가 생긴다. 그러니 결코 부담 없이 천천히 눈에 담아도 좋겠다... 


잘 생기고 유능한 사람들이 세상을 가진 것 같아도, 실상 세상은 우슬라들의 세상이다. 작가도 그 말을 하고 싶었을 게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을 믿는다. 이미 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기에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우슬라들에게 축복을 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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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진명
출판 : 새움 20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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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소설이다. 이미 [고구려] 3권을 통해 북방의 고대사에 대한 깊은 갈증을 고백한 작가 김진명은, 이제 고조선 이전의 뿌리를 찾아 여행을 한다.

그가 서두에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왜 조선의 말에 고종은 국호를 대한제국이라고 했을까? 실록에 따르면, 분명히 삼한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의문이 생긴다. 압록강 이남의 영토를 가지고 있었던 조선에서 어떻게 백제와 가야에 병합되었다는 남부의 마한, 진한, 변한을 계승한다는 말인가?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듯, 조선이 고조선을 계승했듯, 대한제국은 무언가 그럴듯한 시조를 찾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작가 김진명은 식민지사관에 도전하며, 삼한이 결코 한반도 남부의 나라가 아니라, 실제로 고조선의 유민에 의해 세워진 나라였음을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사서삼경의 하나인 시경의 한후[韓侯]를 한(韓)나라의 왕이라고 해설하며, 중국의 학자였던 왕부의 책에 나온 구절을 함께 제시한다. 그의 주장을 따른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고조선의 5천년이 아니라, 그보다 3천년이나 더 멀리 가는 8천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다.

소설 속의 자료와 역사의 실제를 증명하는 실험들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때문에 김진명은 이 소설을 통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역사학 강의를 모든 한국인들에게 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은 왜 자신들이 한국인(韓國人)이라고 불려지는지 그 의미를 알 필요가 있을테니까...

재미 있을뿐 아니라, 가슴이 뛰는 소설이었다. 허망하게 남대문이 불타고, 오랜 식민지사관의 교육에 자기 나라 역사조차 헷갈리고 오해하는 현실의 암울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뿌리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위로와 긍지가 마음을 흔들었다. 

더운 여름을 잊게 할만한 한 권의 책을 찾는다면, 그리고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손에 잡을만 하다. 일단 잡으면 쉬이 놓지 못하겠지만, 놓았을 때에는 또한 많은 여운이 남을 것이다. 역사란 항상 그런 대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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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법정,류시화
출판 : 문학의숲 20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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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엮은이 류시화는 인도를 여행하고, 항상 깨달음과 관련된 책을 내는 사람이다. 그의 책이 보통 이교(異敎)적이기 때문에 기독교적 입장에서는 그리 환영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본래의 작가인 법정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불교 승려이다. 
개인적으로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은 것이 초등학교 말에서 중학교 입학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고판의 책은 세로로 되어 있었고,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는 것이 좋았고 내용도 볼만 해서 그럭저럭 읽어갔다. 그랬다가 20대 중반 정도에 다시 그 책을 읽고는 법정 스님의 팬이 되었다.
<산에는 꽃이 피네>도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구도자의 길을 가는 승려의 말이다. 중간중간 엮은이가 자기 말을 곁들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오히려 방해스러웠다. 너무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나 법정 스님의 말은 투박하고, 거침이 없고, 자기 다웠다.
믿음의 방향은 다르지만, 오히려 이 늙은 승려에게 믿음의 자세를 본받아야 하리라. 버리고 비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인생을 살고,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속에서 사색과 깨달음이 얼마나 절실한 아름다움인지를 배우게 하는 책이다. 사람이 아름다우면 그가 뱉어내는 말도 참 자기스럽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했다.

얼마 전에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다. 불교는 이 구도자의 장례(다비식)을 두고도 사단을 겪었지만... 글로 좋아했던 분을 잃어서 슬펐다. 언젠가는 고적한 산사에서 같이 마루에 앉아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분인데... 기회가 흘렀다. 삼가 고인을 위해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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