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3 목양칼럼
세상을 진화론적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생명의 탄생은 신비 그 자체이다.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과 능력을 쏟아 부어도 생명 자체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생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해의 밖, 미지(未知)의 저기에 있다.
작은 미생물, 아주 원시적이라고 하는 생물조차 그러하다. 하물며 인간의 탄생이야 말해 무엇하랴!
엄마의 몸을 빌어 아기가 자라고 열 달의 성장 후에 태어나는 것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아기가 눈을 뜨고, 소리를 내고, 기고, 걷고, 뛰고, 배우고...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더 감동적이다. 마침내 어느 날, 문득 보았을 때에 부모의 얼굴과 표정, 그리고 습관을 똑같이 반복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감동을 지나 소름 끼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유전자는 초파리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적은 수의 유전자 속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유전적 정보들이 담겨 이동하는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 고작 유전자의 모형(이것도 이론에 불과하다)을 만들어놓고 마치 ‘생명’에 대하여 완전히 정복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꼴이라니, 인간이란 정말 어리석고 유치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우화가 있다. 날마다 하나씩의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가 있었다. 농부는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서 어느날 그 거위의 배를 가른다. 그러나 농부가 발견한 것은 내장 뿐이었다. 어떻게 거위가 흔한 사료를 먹고 그것을 ‘황금’으로 바꾸는지 오리무중이다.
이 우화의 결말이 슬픈 것은, 황금알을 더이상 볼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하여 정당한 대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간단한 말로, 연금술의 비법이 날아간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황금은 작고 지식은 크다.
<위키트리>라는 웹백과사전이 있다. 생겨난지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백과사전의 대명사였던 브리태이커를 추월했다. 지금도 끝없이 확장되고 있는 이 사전은 인류의 지식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지구, 우주, 인체, 바다, 미생물,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은 최근 50년의 과업이 과거 모든 역사의 결과물보다 훨씬 많다. 종이에서 탈출한 디지털 문명으로 인하여 온갖 지식이 정리되고 저장되고 있으며, 순식간에 전세계에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제 거위와 황금알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알고 싶은 것은 많은데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서 생명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저 거위의 배를 지금 가를 것인가? 과연 배를 가르면, 거기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일을 통해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낼 정도의 지식을 충분하게 준비했을까? 확신이 없다. 그래서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영역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교만하지 말라. 당신이 어느 대학을 나왔든지간에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이 세상의 광대함에 비하면 지극히 보잘 것 없으며, 심지어 대부분은 가설이거나 틀린 오답일 뿐이다. 그러니 당신이 내리는 판단도 지극히 주관적이고 오류 투성이다. 마치 그것을 진리인양 떠들고 처신한다면, 언젠가는 크게 망신을 당하거나 낭패를 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니 다시 말하거니와, 겸손하라. 어린 아이와 풀 한 포기 앞에서, 당신의 무지를 깨우치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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