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르크 카페에서
혼자말/靑情 / 2013. 10. 12. 22:39
산 마르크 카페에서
어스름한 저녁에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들어간 카페에서
새처럼 재잘거리는 아이와
우아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는 여인과
피곤에 찌든 남자와
깊은 주름 속에 빛나는 노인과
손톱을 칠하는 소녀와
어설픈 외국어를 구사하는 나를 보았다
산 마르크,
예수의 제자였던 그는 오늘
무슨 빵을 먹었을까?
행복한 하늘 저편에서
창가에 앉은 내 찻잔 위로 흐르는
어색한 낙엽의 춤
그래, 삶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어둠이 시야를 방해할 즈음에야
분위기 좋은 등이 켜진다
카페를 나서려고 할 때에야
듣고 싶었던 음악이 나오기 시작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약속을 해도 만나지지 않고
피하고 싶었던 사람은
간발의 차이로 내 앞을 가로 막는다
그래, 싫어하지 말자
그러면 두리번 거리며 문을 나설
일도 없지 않으랴
오늘도 우리 동네는
맛 있는 빵과 구수한 커피로
가을처럼 붉게 익어간다
참 좋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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