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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8


오랜만에 지혜가 집으로 놀러왔습니다. 함께 과일을 먹고, 놀이를 합니다. 나무 블록으로 탑도 쌓아 올리고, 오빠들과 나란히 앉아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함께 책상에 앉아 그림도 그립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모가 억지로 말을 걸었습니다. “촌놈아, 너는 어떻게 그렇게 이쁘냐?” 그랬더니 대뜸 지혜가 고개를 돌리면서 “うるさい!”라고 대꾸를 합니다. 그 한 마디에 모두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지금은 이 녀석이 내 앞에 앉아서 “목사님, 지금 뭐해?”라고 물으며 눈빛을 반짝이고 있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아이입니다.

올해에만 해도 이 녀석에게 모질고 힘든 수술이 몇 번이었는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시간들, 얼마 전까지 병원에 아이를 보내며 가슴으로 울던 날들이 모두 꿈만 같습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이제는 지혜가 조금 편안해 보이니 교회가 다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지혜의 미소는 내가 살았던 지난 1년의 세월과 기도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맘 깊은 곳에서 감사가 우러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은 솔로몬에게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던 것처럼 일본을 향해 발길을 떼는 나를 향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 물론 다른 소원들도 있었지만 제일 간절했던 것은 지혜로 인해 눈물 흘리던 두 집사님과 포대에 싸여 있던 갓난 아이, 지혜를 곁에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교회는 사람이라 믿기에, 내가 목사로서 한 사람을 세워줄 수만 있다면 그 한 사람을 통해 주님은 주님의 교회를 옳게 세우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지켜 지난 2년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지혜뿐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섬겨야 할 사람들이 더 많이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타인과 손님으로 만났던 지체들이 이제는 형제보다 더 가까워져서 내가 기도해줘야 하고, 신앙을 챙겨주어야 합니다. 비록 경제적 어려움은 더해가고 있어도 그런 점에서 참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에 많은 것이 필요한 것 같아도 때로는 하나면 족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지난 1년을 통해 가장 귀한 선물, 가장 아름다운 주님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바로 우리 앞에 있는 ‘지혜’라는 선물 말입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응답하실 것이고, 우리와 함께 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먼저 잠시 숨을 고르고 다른 것을 기도하기 전에 먼저 감사와 찬양으로 주님께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조직이 아니라 비전을, 겉모양이 아니라 삶의 변화를, 접대가 아니라 형제의 교제를, 돈이 아니라 건강을, 종교적 습관이 아니라 경건을 추구해야 합니다.

더디기는 하지만 저는 우리가 바르게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보이는 현실이 아니라 내가 기도하는 주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주님도 포기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샬롬~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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