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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1 조국을 위해 기도하며



어느덧 5월의 마지막 날에 이르렀습니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날들이 가고 오랜만에 푸르름을 맛보는 5월은 기쁨과 따사로움이 있는 계절입니다. 특별히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지나며 가정의 소중함을 기리고 다시 생각하며 함께 가꾸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 푸르름의 5월이 문득 아픔과 회한의 달로 바뀌었습니다. 조국으로부터 들려온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우리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뽑혀 5년 동안이나 무사히 임기를 마쳤던 사람이 고향의 한 바위산 위에서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정치와 현실을 떠나 한 개인의 삶이 왜 그토록 비참한 결말로 치달아 갈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하여 우리는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지만, 그러나 그 어떤 가치들도 결국에는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사람보다 귀한 것이 세상에 없고, 그래서 정치를 하든, 경제를 살리든, 결국에는 모든 것이 사람을 먼저 귀히 여기고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뜨거운 화염에 싸여 죽어갔을 때에도 똑같은 말을 했었습니다. 법이 옳고, 정의가 무엇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불의의 사건 가운데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애도하고, 혹시나 우리가 다른 열정에 사로잡혀 '사람'을 귀히 여기는 본래적 바탕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사람 죽이고 뉴타운을 건설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적어도 그것이 과연 우리를 위해 정말 필요하고 유익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반성과 고민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결국 바벨의 탑을 쌓고서 온땅으로 흩어졌던 미련한 사람들의 전철을 밟아 의미없는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고 믿는 성경은 한 생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헤롯의 거대한 성전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예수님은 그 거대한 건물이 초라한 한 사람의 영혼과도 결코 비교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본질이고,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진실한 신앙이란 바로 그 가치의 실현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조국의 교회는 정치적 선언과 구호 속에서 그러한 소중한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는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그의 죽음을 멸시하거나 혹은 사회적인 물의만을 걱정하는 편협한 주장들을 거룩한 교회의 강단으로부터 쏟아낼 수 있습니까? 과연 그분들의 눈에는 슬픔에 초죽음이 되어버린 가족과 그를 애도하는 많은 사람들의 슬픔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입니까?

교회는 생각해야 합니다. 왜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지. 세상이 그들을 꼬득이고 타락시켜서가 아니라, 바로 예수님의 시대처럼 우리 자신이 그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에게 바른 비전과 목적을 주지 못하고 우리 자신의 욕망에 눈 멀어 스스로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합니다.

바다 건너 동경의 하늘에서 새로운 주일을 맞습니다. 시청 앞 광장과 봉하 마을과 절망하는 청년들의 곁에 내가 지금 서 있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내가 가르쳤던 청년들은 과연 지금의 조국에서 어디에 있을지를 생각하면 더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절대로 이해해주지 않는 강단과 목사들에 의하여 매도당하고 정죄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여기 서 있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것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이 광야로부터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교회를 이루어 보라고 주님께서 주신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 서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일과 우리의 삶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등불을 켜서 그릇 아래 두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이 세상 밖으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문에 저는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교회로서의 의미를 고민합니다. 세상의 비판이 아니라 세상을 감동시키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하며, 또한 청년들에게 바른 비전과 열정을 찾아주는 교회로서의 모습을 고민합니다. 저는 제가 목사로서 가진 이 고민을 여러분도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동경드림교회는 목사만의 교회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과 제가 함께 이루고 세워가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조국은 병들어 있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고나면, 더 교회는 텅 비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청년들이 기독교의 기득권에 실망하고 신앙을 포기하게 될까 걱정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어두워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는 더 크고 넓다는 사실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깨닫게 되도록 기도합시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또한 이 일로 충격 받은 많은 국민들과 여러분들에게도 주님의 위로를 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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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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