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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로 가지 마라!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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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4 목양칼럼

 

 

여름이 오고 있다. 습하고 더운 동경의 여름은 어려움이 많은 계절이다. 한낮의 더위를 참는 것도 힘들지만, 밤이 되어도 계속되는 열대야는 평생에 겪었던 난적(亂敵)중에서도 강적(强敵)인 것 같다. 

지금이야 에어컨을 켜두고 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처음에 일본에 도착했을 때에는 에어컨도 없었고, 에어컨이 생긴 후에도 감히 켜는 것에 두려움이 많았다. 그 더위를 온몸으로 겪다가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한밤에도 몇 번을 샤워실에 가서 물을 뒤집어 썼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잠을 설치고나면 다음 날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웠고, 더위는 더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사람은 쉼이 필요하다. 하루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쾌적하게 푹 잘 수 있는 환경만 있다면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다음 날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쉼이 깨어져서 고단함이 이어지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점점 약해지고 병들게 된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의 정신과 신앙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신감의 결핍과 의욕부진을 겪고 있다면, 제일 먼저 살피고 반성해야 할 일이 '쉼'에 대한 돌아봄이다.

그러나 의외로 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쉼도 열심의 일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저 계속 달려야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워커홀릭'들이 있다는 것은 사회적 불행이다. 이들은 가족을 위하고, 자기 조직을 위해서 그렇게 산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얼마의 세월을 보내다가 갑자기 병이 들고, 세상을 떠나면 결국 남겨진 자들에게 더할 수 없는 상처와 부담만 안겨 준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가 정말 원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어주는 일이며, 책임 있는 구성원이란 언제나 건강하게 자기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주는 것이 그 근간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경의 가장 최고(最古) 기록은 모세오경이다. 그것의 기록 연대는 학자들마다 조금씩 입장을 달리 하지만, 대체적으로 B.C. 1400~1500년 경에 기록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3,500년 전의 기록이다. 

이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는데, 예수님 당대의 서기 원년이 우리나라의 시대로 환산하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 쯤이 되니까, 이 시기가 얼마나 오랜 옛날인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는 역사 속에서 신석기 시대로 분류되는 시대이며, 당연히 지구상의 대부분에서 유사(有史)시대 이전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거니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문자가 발명되고, 기록이 남겨진 문명이 바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기 때문에 성경의 기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유서 깊은 성경의 처음 기록으로부터 하나님은 '쉬라', '안식하라'는 계명을 말씀하셨다. 

심지어 쉬지 않는 사람들을 정죄하고 심판하도록 명령하셔서 '안식'을 신앙의 근간으로 삼으셨다. 물론 이 계명 속에는 창조주 하나님을 기념하고 예배를 중심으로 살아가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라, 이 계명은 인간의 실존과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묵상하게 만든다. 우리가 필요에 의하여 노동하지만 노동 자체가 인생의 목적일 수 없다는 사실과, 그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항상 자기의 방향을 점검하고 하나님의 뜻을 묵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색이 사라지면, 인간의 삶은 짐승의 그것처럼 단순해진다. 그리고 감동이 없는 인생은 결코 하나님이 의도하신 본래의 그것이 아니다. 

창세기의 첫장에서 무려 예닐곱 번이나 반복되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감탄을 기억해 보라. 역동적인 창조의 과정중에도 잠시 허리를 펴시고(물론 이것은 메타포이다!) 창조의 과정을 확인하며 감동하시는 하나님을 그려 보라. 하나님은 의외로 낭만적이시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지어진 사람이기에, 사람은 쉼을 필요로 하고, 감동을 필요로 하고, 반성과 희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제 본심을 드러내야 하겠다. 일본에 와서 어렵게 학비를 마련하고 직장생활 하는 지체들이 많다. 더러는 필요에 따라 주일에도 나가 일을 하기도 한다. 그것을 강제로 막거나, 정죄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벌 받는다고 겁 주는 설교 같은 것은 분명히 내 신앙에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을 목사로서 찬성하거나 방관할 수도 없다. 분명히 그것은 자신을 위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쉼을 희생하고 예배를 소홀히 하는 대가로 얼마나 더 벌고 직장에서 인정을 받는지는 모르지만, 보다 근본적인 눈으로 멀리 본다면 그런 선택이 손해라는 사실을 꼭 말해주고 싶다.

주일은 하나님께 드리라. 주님 안에서 제발 쉬라. 그리고 자기를 살피고 확인하라. 이것은 편안한 잠자리 만큼이나 우리 인생에 중요하다. 이 원칙을 바로 세워서 건강한 청춘 뿐만이 아니라 건강한 인생을 세워가는 동경드림교회 지체들이 되기를 바란다. 샬롬!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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