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푸름 하나 없이
모양 하나 없이
땅 위를 뒹굴어 몸으로 기어도
그 벗겨진 껍질에
속살이 아프게 울어도
돌이 박혀도
흙을 씹어도
부끄러울 필요는 없다
네가 아파서
푸름이 짙어가고
네가 울어서
장엄한 그늘이 늘어가느니
생명은 무릇
그렇게 피어난 것
아프지 않고
영그는 목숨이 어디 있으랴
울어보지 않고
철드는 목숨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