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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8


이(李)집사님은 성격이 차분하고 사려 깊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전도사를 하던 시절에 학생부의 부장을 맡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수고하며 조력해 주시던 좋은 파트너였습니다. 작은 학원을 운영하셨는데, 전도에 열심을 다하셨고 또한 학생부의 활동을 위하여 물심양면(物心兩面)의 조력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런데 뭔가 그늘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어라 딱 말을 하기는 힘들지만,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사역에 대한 생각 등에서 불쑥 집사님답지 않은 생각과 말들이 튀어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사귐을 가지면서 저는 그 분이 청년 시절에 ‘주의 종’이 되겠다고 서원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분이 다녔던 교회의 분위기는 몹시 뜨거웠기 때문에 은혜를 받은 청년들은 너도 나도 목회자의 길을 서원했고, 마치 그런 서원을 하지 않으면 충분히 은혜를 받지 못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분도 자신이 받은 은혜에 감격하며 ‘주의 종’이 되겠다는 서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서원’은 이후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늘 마음속의 한편에 그늘을 드리우는 무거운 짐이 되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며 그렇게 최선을 다해 주님을 섬겼지만, 그 일은 늘상 ‘서원’을 배신하고 도망한 도피처라는 무의식이 깔려 있었고, 세상과 주님의 일을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이분법적인 가치 속에서 그분은 언제나 ‘요나’에 시달리는 불쌍한 영혼이었습니다.

저는 목회를 하면서 이런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곤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는 순간, 자기 삶의 보따리를 모두 싸서 교회 안으로 이사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은 성도들을 그늘지게 하고 죄의식에 시달리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적인 진리가 아닙니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의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려는 사명에 실패하고 살인자의 죄를 짓고 이곳으로 도망 와 40년의 세월을 허송한 후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무어라고 하십니까?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출 3:5)

이 말에 담긴 함축적인 뜻은 무엇입니까? 이스라엘이나 애굽뿐 아니라 이곳 미디안 땅도 하나님의 임재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허송했다고 생각했던 40년의 세월도 사실은 하나님의 기다림 속에 사용되었던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의 종’은 교회 안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역의 대상은 실제로 교회보다 세상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 집사님과 같은 분들이 많아져서 온 땅에 복음으로 역사하는 학원, 가계, 회사, 정부가 생겨야 한다고 믿습니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케 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주님의 종이며, 동역자입니다. 그러니 목사인 것처럼 여러분의 일을 하십시오. 샬롬~



Posted by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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