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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로 가지 마라! mak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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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1 건널목
  2. 2013.02.27 마지막 한 숟가락
  3. 2013.02.27 순(筍)
  4. 2013.02.24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5. 2013.02.23 빨래
  6. 2013.02.22 가지치기
  7. 2013.02.22 사람 안에는 꽃이 있다
  8. 2013.02.22 네 손을 다오
  9. 2013.02.22 그분이 계십니다
  10. 2013.02.22 담쟁이

건널목

혼자말/靑情 / 2013. 3. 1. 16:09


< 건널목 >


건넌다는 것은
여기와 다른
저기로 가는 것

그 중간을 가로지르는
단호한 단절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삶에도 이런
건널목 하나 있어서
지금을 끊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나를
저편에서 만날까

처연히 서서
너머를 그려보는 동안
기차는 들어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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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숟가락>


먹자니 살이 될까
버리자니 죄 받을까

사 놓고 안 먹은 
다이어트 효소도 생각나고
멀리 밥 굶는 
아이들의 눈망울도 떠오르고

한 그릇 밥에서
늘 고비처럼 나를 붙드는
마지막 한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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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筍)

혼자말/靑情 / 2013. 2. 27. 09:59


<순(筍)>


봄이 가시처럼 솟았다
나의 하늘은 철조망 저편에 갇혔다

이리 올 수도 없고
저리 갈 수도 없는
하늘

나는 그 언저리를 서성이며
부끄럽다
나무만도 못한 내 목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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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풍랑 위를 걷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면서
어찌 내힘으로 하려는가

그분과 눈을 마주치고 
그분만 바라보지 않으면서
어찌 사람을
감히 사랑하려 하는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시선을 그분께 드리는 것
사람을 눈 감아 주고

그분을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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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혼자말/靑情 / 2013. 2. 23. 08:31


빨래


나도 너처럼

맑아질 수 있다면

사흘이라도

하늘에 매달려

햇살과 바람으로 

목욕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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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혼자말/靑情 / 2013. 2. 22. 15:56


가지치기

고통이 다는 아니다
잘라냄을 통해
새로운 가지가 자라게 할 것이다
믿음이 필요하다
아까운 잎들이 떨어져 나갈 때
다 잘리우고 앙상하게 남겨졌을 때
키도 작아지고 왜소할 때
그 때도 내 손을 믿어야 한다

봄을 목전에 두고서
사정 없이 가하는 가위질에
춥고, 아프고, 힘들어도
난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나를 위한 사랑임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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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안에는 꽃이 있다


꽃도 아닌 것이 꽃처럼 필 수 있다면
사람도 그렇게 필 수 있지 않을까?

버려지고 상처 받고 망가지고 독해졌다 해도
어느 날 누군가를 만나 제대로 사랑하면
꽃보다 더 곱게, 사람다운 사람으로 필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운운하며 변명하는 것은 개에게나 줘라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사람 안에는 누구나 꽃이 있다
사랑 안에서 활짝 피울 고운 영혼의 꽃이 있다
이것을 의심치 말라,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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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을 다오

혼자말/靑情 / 2013. 2. 22. 15:51


네 손을 다오


이제 그만
네 손을 이리 다오

빈 손이면 좋겠다
다른 것 말고
내가 널 붙잡을 수 있도록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내 손을 보렴

의심하지 말고 다시
내 손을 잡아
나를 네게 줄 수 있도록
사랑해다오
사랑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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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계십니다


아장거리는 걸음 옮겨
모퉁이를 돌아서면
넓게 팔 벌리고 해처럼 웃는
그분이 계십니다

십자가에서 낳으신 분
바람스레 곁에 서
자상한 음성으로 나를 키우시며
이제는 팔 벌려
걸으라, 걸어봐라 하시는
그분이 계십니다

당신 밖에 모릅니다
그 하나로 족합니다
내 눈 앞에 당신만 계시면
난 풍랑 위도 걸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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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혼자말/靑情 / 2013. 2. 22. 15:46


담쟁이


온 맘으로 끌어안고

당신이 내 안에
내가 당신 안에

그렇게 하나가 되기까지
푸른 잎 손을 모아
소원하고 더 소원합니다

부디 
나를 초라하다 마시고
옷처럼 입으시길

나를 끌어올려
당신 키 만큼 자라게 하시길

내가 죽어도
당신 곁에서 깨어나길

나는 사라지고
당신으로 태어나길
바람결에도 바라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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